고대안암병원 출산 후기 (양막 파수, 유도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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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4일 사랑스러운 딸을 만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육아 중에 블로그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고대 안암병원 출산 후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자연 분만에 성공한 아내의 관점으로 써보겠습니다.


2020년 8월 4일 화요일

 

배가 불편해서 새벽 4시가 돼서야 잠든 것 같다.

남편 출근 준비로 잠시 눈을 떴다.

임신 기간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예정일이 다가올 때 그리고 예정일이 지난 지금도

불안하고 초조하고 무서워 잠드는 것이 힘들다.

 

AM 06:00, 남편이 출근했다.

배가 불편해 오른쪽으로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AM 06:45,

배에서 물풍선이 터지듯

고무줄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물이 밑으로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졌다.

침대가 흥건하게 젖었다.

양수가 터졌구나.. 아프진 않았다.

남편에게 급히 연락을 했고

다행히 고속도로를 타기 전에 연락이 됐다.

 

양수

 


임신후기 출산신호 :: 이슬이 비친다! 양막이 파수된다!


AM 06:50

진통이 올까 두려운 마음에

남편이 집으로 오는 동안

샴푸를 하고 몸은 물로만 씻었다.

* 양수가 터졌을 때 감염 위험이 있다고 해서 물로만 헹굼.

 

AM 06:55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차고 병원에 갈 준비를 한다.

양수는 계속 흐르고, 이제 핏기도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무서운데.. 아프지 않아 아직 살만했다.

혹시 몰라 미리 준비해둔 방수 커버를 차 시트에 깔고 병원으로 향했다.

시트보호

 


AM 07:30

병원 시작시간 전이기 때문에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로 갔다.

분만실에 입원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검사를 해야 된다고 한다.

원무과에서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를 적고...

코로나 검사를 위해 응급실 뒤편 검사 장소에서 대기..

위급한 상황인데 이 놈들은 느려 터졌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절차가 있는 건 이해하지만

양수가 터져 위급한 상황인데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는 상황에 남편이 화가 났다.

 

남편이 임산부라 빨리 해달라 하니 바로 해주셨다..

하긴... 이 사람들이 우리가 얼마나 급한지 알겠냐 마는..

 

AM 08:00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5층 분만실로 이동했다.

남편은 분만실로 나를 데려다주고 다시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 주차한 차를 주차장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ㅂㄷㅂㄷ

 

AM 08:10, 초음파실

입원복으로 갈아입고 혈압체크,

배를 누르며 내진을 2번 하고, 제모를 했다.

인적사항 확인하고 나서 바로 금식!!

미리 알았더라면 물이라도 마셨을 텐데..

겁먹지 않게 간호사께서 인적사항을 계속 물어봐주셨는데

남편 생년월일을 까먹었다.. 정신이 정말 없다.

이 와중에 양수는 계속 흘러나온다.

 

AM 08:25, 3.4kg

초음파 상 쑥쑥이의 무게다.

무통 주사를 신청했다.

 

AM 08:30 가족 분만실로 이동했다.

양수는 계속 흘러 디펜드(침대깔개)를 깔고 분만실 침대에 누웠다.

양수에는 피가 섞여 있고.. 뜨끈한.. 윽..

 

* 참고사항

남편이 입원 수속할 때

몇 가지 준비물을 가지고 오라고 설명해 주는데

이때 디펜드도 가지고 오라고 말씀하신다.

미리 챙긴 산모들은 남편한테 챙겨두었다고

말해둬야 중복으로 구입하는 일이 없다.

일반 병동이 아니라 다시 들어오기 쉽지 않아 소통이 안된다..

 

가족분만실
가족분만실


 

AM 09:28

담당 교수님이 오셔서 내진을 하신 뒤

자궁문이 열리고 있다고 알려주셨다.

태동 검사를 시작했고 박수를 치거나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는 등 신호를 주라고 하셨다.

* 뇌피셜

아마.. 아이를 자극해서 출산하는데 도움이 되게끔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AM 09:36, 관장약 투입

투입하고 20분을 참은 후에 변을 보라고 하셨다.

참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

 

AM 10:10, 항생제 주사

 

AM 10:14, 유도 분만제 약물 투여

유도분만제


AM 10:30, 찢어질 듯한 고통

소문으로만 듣던 고통은 끔찍하게 아프다.

간호사에게 아파 죽겠다고 말하니

약물량을 올렸다.. 나는 줄여달라는 건데..

아프니까 아픔을 빨리 끝내기 위해

양을 늘리시지 않았을까 싶다..

약물 양이 증가할수록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잘 참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진통..

손이 떨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지금부터 진을 빼면 안 된다고 소리 지르지 말고 호흡을 하라는데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태동검사

숫자는 유도분만제 64 → 80 양을 늘린 것을 체크한 것.

우측에 산 같은 그래프는 자궁 수축 그래프로 산이 형성되면 참기 힘든 고통이 찾아온다.

태동검사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을 확인 바랍니다.


임신후기 태동검사 | 고대안암병원


AM 11:25, 자궁문 2cm

 

AM 12:30, 자궁문 3~4cm

무통 주사를 놓기 위한 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먼저 했다.

새우처럼 등을 휘게 해야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다는데

만삭 배를 가지고 허리를 구부리는 것은 쉽지 않다.

움직이지 말고 등에 힘을 빼라는데

어떻게 해야 힘을 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진통은 계속 오고 관 삽입한다고 3곳은 찔러대니 너무 아프다..

무통주사

허리 3곳에 구멍이 뚫렸다. 무통주사의 흔적


PM 12:50, 자궁문 6cm

병실 근처에 계신 분들께 무통주사 놔달라고 그렇게 요청했건만

담당 교수님이 등장해서야 무통주사를 지시를 하셨다.

자궁문이 많이 열렸는데 뭐했냐며 머라고 하셨다.

나를 위로하기 위한 멘트인지 정말인지는 모르겠다만

위로도 되면서.. 간호사, 담당의들이 원망스럽다.

자궁문이 6cm 열렸기 때문에 조금만 지나면 무통 맞을 시기를 놓칠 뻔했다.

척추에 차가운 액체가 흐르는 게 느껴진다.

곧 오른쪽 다리가 저려오고 감각이 무뎌지고, 통증이 약해졌다.

 

PM 13:00

지금 자궁문이 열리는 정도면 오후 3시 30분 정도에 분만할 것 같다고 하셨다.

아침에 받은 코로나 검사 결과가 5시 30분 정도에 나오는데

그전에 분만하게 될 경우 남편과 아기는 별도 음압 병실에서 따로 대기해야 하고

병실료도 추가된다고 설명해 주신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다시 병실로 돌아올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다만, 일반 병실에 자리가 없어 고위험 산모 병동에 있어야 한다.

 

PM 13:35, 자궁문 6~7cm

무통 주사 투입 후 왼쪽 다리가 저리고, 온몸이 떨린다.

진통은 여전히 힘들지만 무통 주사 덕분에 비교적 견뎌낼 만하다.

 

 

PM 14:05, 자궁문 8cm

 

PM 14:15, 자궁문이 완전히 열렸다.

무통 주사 주입을 끝내고 힘주기 연습을 위해

간호사와 담당의께서 들어오셨다.

진통이 올 때마다 힘주기 연습을 한다.

 

* 힘주기 방법

누워있는 상태에서 상체를 일으켜 양손으로 허벅지를 감싸고

진통이 오면 응가를 밀어내듯 똥꼬에 힘을 준다.

숨을 쉬고 다시 참고, 힘주면서 숨을 뱉는다.

힘줄 때는 20초 동안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는 많이 벌릴수록 힘주기가 좋다.

 

PM 14:40, 가족분만실 옆에 위치한 분만실로 이동

 

PM 14:50

분만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힘주기에 도움을 주신다.

사시나무 떨리듯 치아부터 온몸이 떨린다.

진정하고 호흡하라고.. 호흡.. 호흡..

 

1차 시도, 분만 침대 다리 받침대에 다리를 올린 상태에서 힘주기

2차 시도, 다리 받침대에 다리를 올리지 않고 발만 걸쳐서 발로 밀듯이 힘주기

2차 시도 후 뭔가 똥꼬 근처에 수박이 낀 느낌이 들었다.. 우리 아기 머리구나..

3차 시도, 힘을 줌과 동시에 미끄덩하면서 무언가 나왔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가엾게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의료진의 기합 소리에 힘을 잘 줬던 거 같다.

잠시 후 남편이 들어와 탯줄을 잘랐고,

드디어 우리 이쁜 아가와 첫 만남.

 

아가는 눈을 뜬 채 태어났다.

선생님께서 왼쪽 가슴 위에 아가를 올려주셨고,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아기는 엄마의 젖을 빠는 시늉을 한다.

오물오물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쑥쑥이발

태어난 지 30분, 쑥쑥이 발


PM 15:15

참 아이러니한 것이 아기와 남편은 다른 병실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라고 했는데

다른 병실에서는 아기만 우선받고 남편에게는 아기의 입원 수속을 시켰다.

이게 격리가 맞는지 의심이 들지만...

뭐 덕분에 쑥쑥이가 세상에 나온 직후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남편과 쑥쑥이는 다른 병실에서 대기 중이다.

남편이 쑥쑥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데

좋아하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니 뿌듯하다.

 

격리병실
격리 병실


PM 17:32,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당연한 음성이겠지만 안도감이 든다.

곧 남편과 아기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

 

PM 17:44

남편이 집에 간다고 전화가 왔다.

쑥쑥이는 신생아실에 갔고 보호자는 집에 가라고 했단다.

분명.. 코로나 결과 확인하고 같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갑자기 우울하다..

 

PM 17:46

간호사 선생님에게 말씀드려 남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병실을 옮기는데 남편이 짐을 옮겨주면서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다니느라 옷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가족분만실에서 고위험 산모 병동으로 짐을 옮겨준 뒤

남편은 집으로 갔다.

 

* 일반 병동에 입원했다면 남편을 바로 만날 수 있었지만

일반 병동에 자리가 없어 고위험 산모 병동에 입원하는 바람에

면회시간 외의 출입이 불가했다.


▶ 임신 20주차, 자궁수축으로 대학병원 입원


PM 18:10

훗배앓이 진통제와 함께 저녁밥이 나왔다.

통증이 있어 진통제를 식사 전에 먹었다.

종일 굶기도 했고 살기 위해 미역국 원샷!

 

임신 중기에 입원한 경험이 있어

병원 밥이 맛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허겁지겁 잘 먹었다.

 

저녁 식사 후 침대에 누웠다.

오늘 출산한 게 맞는지

우리 아가가 세상에 나온 게 맞는지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PM 20:50, 젖 돌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며 야식으로 미역국

 

2020.08.05 AM 04:00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온몸이 아프고 무겁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어나려고 배에 힘주기가 힘들다.

 

AM 06:30, 빈혈 검사

 

AM 07:24, 첫 수유실 연락

역시 자연분만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빠르다.

식사, 혼자 걷기, 수유 등

 

* 병원에서 온 문자.

[고대안암병원] OOO아기 2980g입니다. 수유량(1회) 20cc입니다.

[고대안암병원] OOO아기 금일 오후 3시에 수유 연락드리겠습니다.

 

AM 07:45, 미역국

 

AM 09:00, 담당 교수님 회진

철분제는 앞으로 3개월 더 복용하라 하셨고,

7일 뒤 외래 보러 오면 처방전 받아서 구매하라고 알려주셨다.

 

AM 09:40

일반 병실에 자리가 났다고 오전 중에 병실을 옮길 수 있다고 한다.

남편 보러 병실 짐 옮기게 일찍 오라고 하셨다.

근데.. 뭐 이놈의 대학병원 시스템은.. 참...

(11시에 불러놓고 2시에 옮겼다)

회사로 치면 부서 간 팀 간 팀원 간 소통이 안 되는 곳이다.

 

PM 13:30, 첫 수유콜

분만 후 쑥쑥이와 첫 만남

어제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르네

처음 해보는 수유자세는 익숙하지 않아 어렵다.

젖을 몇 번 물렸더니 빈 젖인 걸 았았나

더 이상 물지 않는다.

 

 

PM 14:00, 일반 병동으로 이동

하루 있다 퇴원이지만 이런 창이 있는 병실에 있는 게 훨씬 좋다.

고위험 산모 병실은 좁고 창도 없고 답답했다.

일반병실


PM 18:02, 저녁 또 미역국

 

PM 19:11, 쑥쑥이 수유콜

어머니와 남편 면회 중이라 좀 있다 간다고 하니

배고파서 울고 있어서 분유 줄까요?라고 물어보신다.

지금 분유를 줄 순 없지!

얼굴에 모유 범벅이 된 쑥쑥이는 귀엽게도 먹고 바로 잠에 빠졌다.

 

PM 20:50, 야식 또 미역국

배불러 죽겠다.

 

PM 23:10, 쑥쑥이 수유콜

우리 아가 맘마 주려고 졸리지만 안 자고 버텼다.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잘 먹고 잘 자는 모습에 뿌듯하다.

쑥쑥아 엄마가 내일 아침에 또 올게.


 

고대안암병원 출산기 아쉬운 점

 

1

코로나 검사하는 건 좋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면 행동을 신속하게 해줬으면 한다.

양수가 터졌는데 30분을 보내게 한 건 아직도 열 받는다.

 

2

신생아 준비물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

남편에게 신생아 입원 수속을 하면서 준비물을 챙겨 오라 해서

200m 떨어진 주차장을 또 다녀오게 했다.

 

3

병실 부족해 병실을 전원 했다.

(고위험산모실 > 일반병실)

 

4

대학병원이기 때문에 분업이 잘 되어 있지만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환자나 보호자에게 혼선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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